영화 언론계, 너마저도 여성관객 타령인가?
남성 대항 논리로 정의되는 여성 해방은 요원하다
 
백건영 영화평론가

“<광식이 동생 광태>는 김주혁, 봉태규, 이요원이 주인공으로 출연했으며 현실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대사가 여성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태풍>은 천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던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개봉 당시 주요 관람층인 20대 여성관객 뿐만 아니라 블록버스터를 찾는 남성 비율과 30대 이상 관객의 높은 예매율 등의 흥행공식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어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조이뉴스24)

“내 인생 최고의 영화, 두 번 봤지만 또 보고 싶어요.”  - 20대초 여성 관객

우리는 위와 같은 유형의 기사를 어렵지 않게 접한다. 저 기사는 "한 20대 초반 관객의 멘트이다" 라고만 소개해도 족했을 이야기다. 또는 '한 20대 관객'이라고만 써도 전혀 어색할 것이 없었다. 소위 권위와 근엄함으로 중무장한 이들에게는 문화충격적인 발언일지도 모르겠으나 왜, 거기에는 꼭 '여성'이라는 말이 들어가야 하는가? 만약 저 발언을 남성 관객이 했다면 아마 '20대 초반 관객'이라고 만 표기되었을 게 분명하다.

 
실제로 이런저런 언론 매체들의 기사를 읽다 보면 남자들의 망신살은 '사람'으로 표기되고 여자들의 망신살은 꼭 '여자'로 표기된다. 여자는 '여자 사람' 즉 '사람' 속에 그냥 포함되기엔 애매한 개념인 것이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와 '근로 여성'이 구분되어 표기되어 있다. '근로 남성'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다.)

전근대적 법률이 근간을 이루는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푸념은 '짜증나는 페미니스트의 히스테리' 정도로나 받아들여지는 게 보통이겠지만 이른바 문화계, 정확히는 보통의 한국 사회보다는 조금은 진보적이라고 생각했던 영화 언론계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걸 확인하는 건 씁쓸한 일이다. ‘저 발언은 엄연히 20대 여성이 한 말이 맞지 않느냐’라고 항변한다면 이야기의 본질에서 벗어난다. 최소한, 영화계와 영화 관련 종사자만이라도 이러한 기준을 공평하게 적용하자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행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남성에게만 국한되는 것일까?

여성 영화인들은 매년 '여성관객 영화상'이라는 것을 선정하고 시상한다. 영화인들 스스로 여성관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내용은 페미니즘 영화상에 가깝다. 진보적이다 못해 혁신적인 페미니스트들과 관련지어 곱지 않은 시선을 우려한 영화인들이 궁여지책으로 붙인 명칭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정작 걱정스러운 것은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영화인들의 노력과는 별개로 지극히 페미니즘시각으로만 영화의 질을 판단하고 수상작을 선정함으로써 오히려 남녀평등 노력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도 있다는 점이다.

잠시 세부 시상내용을 살펴보면, 이 영화상에는 ‘최악의 여성영화상’이라는 분야가 있다. 여기에 뽑히면 그야말로 여성들을 최악의 시각으로 다루거나 비하한 반여성적 감독이 돼버리고 만다. 2004년도 최다 수상작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이다. 여성을 비하하는 대사로 '최악의 대사상'과 선화를 씻겨주는 장면에다 '순결 이데올로기 강화상'을 선사했다. <어린신부>의 경우는 말 한마디로 손녀를 결혼시키는 할아버지가 나왔다고 해서 '가부장적 권력자상'을 줬다. 일견 인정될 만한 부분도 있지만 예민하고 억지스러운 부분도 분명 있다.

 
영화일지언정, 여자에게 고분고분하고 극도의 배려를 아끼지 않는 남자주인공이 나와야 바람직한 것이며 미래지향적 남성이라고 인정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발전적 남성상'으로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강동원과 <인어공주>의 박해일을 선택했다. 예컨대, 그들이 2005년도 최고의 여성영화인으로 불륜을 저지른 남편을 구워 먹은 <친절한 금자씨>의 마녀 고수희를 뽑는다 해도 하나도 놀랄 일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사회전반을 고치는 일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더라도 문화계만이라도 아니면 영화계와 영화인들부터 좀더 진보적이고 동등한 시각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을. 여성관객이 아니라 관객이어야 하는 사소한 것조차 문제제기하지 못하면서, 남성을 가부장적 권위를 가진 적대적 대상으로 인식하는 한, 결코 한국사회에서 또는 영화계에서 여성관객이라는 말은 사라지지 않게 될 것임을 말이다.

백건영 / 영화웹진 네오이마쥬(
www.neoimages.co.kr) 편집장
기사입력: 2006/03/27 [14:19]  최종편집: ⓒ allin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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